비즈니스

직군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 AI가 되살린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피그마 CEO는 "AI에는 제너럴리스트의 행동을 끌어내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는 "고정된 직무기술서는 과거의 것"이라 정리했고, WEF는 2030년까지 스킬의 39%가 바뀐다고 본다. 실행을 AI가 흡수하면, 사람의 가치는 어디로 이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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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웨이스 대표이사

채용 공고를 열어 보면 직무기술서가 있다. 기획자는 기획을 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고, 개발자는 개발을 한다. 우리는 이 구분을 당연하게 여기며 조직을 만들어 왔다. 그런데 지금, 이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직군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관찰이 신뢰할 만한 목소리로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한 사람 주위에 여러 직군의 AR 패널이 동시에 떠 있는 장면
경계가 흐려질수록 한 사람이 다루는 폭이 넓어집니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같은 신호

피그마(Figma) CEO 딜런 필드는 작년 와이콤비네이터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AI에는 제너럴리스트의 행동을 끌어내는 무언가가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AI that empowers generalist behavior)." 그는 프로덕트·디자인·개발, 심지어 리서치까지 서로 흐려지며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고 했다.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은 AI 이전부터 있었지만, AI가 그 속도를 결정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퍼블리싱의 마크 마론 박사는 2025년 글로벌 리더십 연구를 정리하며 더 단정적으로 썼다. "고정된 직무기술서는 과거의 것이다(Static job descriptions are a thing of the past)." 역할은 예측 가능한 선형 경로로 바뀌는 게 아니라, 쪼개지고 합쳐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리더의 일도 바뀐다 — 정답을 내리는 결정권자가 아니라, 사람과 AI의 협업을 조율하는 "의미를 읽는 사람(sense maker)"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직업 보고서 2025」는 숫자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30년까지 1억 7,0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9,200만 개가 대체되며, 지금 존재하는 스킬의 39%가 바뀌거나 쓸모를 잃는다. 보고서가 그리는 새 역할들 — 현실의 문제를 AI가 처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번역하는 사람, AI의 결과를 현실의 맥락에서 검증하고 책임지는 사람 — 은 어느 한 직군의 이름이 아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실행"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드를 작성하는 일, 화면을 그리는 일, 자료를 정리하는 일 — 직군을 나누던 실행 기술의 상당 부분을 이제 AI가 대신한다. 실행이 싸지면 사람의 가치는 실행 바깥으로 이동한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정의하는 능력,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 그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 이것들은 애초에 직군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사람이 AI와 함께 기획하고, 만들고, 검증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해졌다. 전문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전문성의 깊이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 깊이를 중심으로 옆 영역의 실행을 아우르는 사람 — 깊이 하나에 넓이를 더한 사람 — 이 팀의 기본 단위가 되어 간다.

여러 직군 레인이 하나의 넓은 길로 합쳐지는 구성
AI가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를 되살리고 있습니다.

제조 현장에는 더 큰 이야기다

제조업은 직군의 칸막이가 가장 깊은 산업이다. 기획, 설계, 생산, 품질, 전산이 각자의 시스템과 언어로 일하고, 칸막이 사이의 "번역"에 시간이 들어간다. 현장이 화면 하나를 바꾸려면 전산팀을 거치고, 전산팀은 외주사를 거친다. 그 왕복이 몇 주였다.

AI가 이 번역 비용을 없애기 시작했다. 현장 담당자가 자연어로 데이터를 묻고, 요청을 올리면 시스템이 바뀌어 돌아오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다.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제조 현장에서 이렇게 번역된다 — 문제를 아는 사람이 곧 문제를 고치는 사람이 된다.

웨이스도 같은 방향으로 조직을 바꾸고 있다. 직책과 직급의 구분 없이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AI와 함께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방식 — 해외에서 FDE(Forward Deployed Engineer)라 부르는 일하는 방식이다. 개발자가 고객 인터뷰를 하고, PM이 화면 초안을 만들고, 컨설턴트가 데이터를 직접 검증한다. 직군이 아니라 문제가 팀을 만든다.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두 가지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그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 직무기술서는 낡아가도, 이 두 가지는 낡지 않는다.

참고한 글 — Mark Marone, "The Fluid Future of Work: Rethinking Roles in the Age of Intelligent Machines", Harvard Business Impact (2025.7, harvardbusiness.org) · Dylan Field(Figma CEO), Y Combinator 대담 (2025.8) · World Economic Forum, "Future of Jobs Report 2025" (wefor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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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구축 현장에서 데이터 표준화·온톨로지·디지털트윈·자율형공장을 다루며, 이 블로그에는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힌 문제와 그때 내린 판단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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