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PoC 실적을 가져오라는 말에 대하여
투자 미팅에서 자주 듣는 요청이 있습니다. "대기업 PoC 실적을 가져오세요. 그래야 기술력이 증명됩니다."


투자 미팅에서 자주 듣는 요청이 있습니다. "대기업 PoC 실적을 가져오세요. 그래야 기술력이 증명됩니다."
이번에도 돌아오는 길에 질문이 남았습니다. 실적이란 무엇인가. 이름 있는 회사와의 실증 프로젝트가 실적인가, 아니면 검수와 정산을 거쳐 통장에 들어온 매출이 실적인가.

PoC는 로고이지 매출이 아니다
PoC, 개념 검증. 말 그대로 "되는지 확인해 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잘 되면 다음 단계로 가고, 안 되면 접습니다. 문제는 이 시장에서 PoC가 검증의 도구가 아니라 실적의 단위처럼 통용된다는 것입니다. 소개 자료에 로고가 몇 개 붙어 있느냐가 회사의 등급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로고와 매출은 회계적으로 다른 물건입니다. MIT의 2025년 조사(프로젝트 NANDA, "The GenAI Divide")는 기업 생성형 AI 파일럿의 95%가 측정 가능한 재무 성과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파일럿은 넘치는데 손익까지 간 것은 드물다는 뜻입니다. 실증이 계약으로, 계약이 검수로, 검수가 청구로 이어질 때만 사업입니다. 그 사슬이 끊긴 실증은 아무리 상대가 유명해도 비용입니다.
더 나쁜 것은 이 게임에 누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실증이 끝나면 다음 실증을 따야 하고, 그 실증이 끝나면 또 다음 실증입니다. 달리고는 있는데 앞으로 가지는 않는, 러닝머신 위의 성장입니다. 로고는 늘어나는데 매출 구조는 제자리인 회사가 이 시장에 드물지 않은 이유입니다.

우리는 다른 실적을 쌓기로 했다
저희는 순서를 다르게 정했습니다. 저희의 실적 단위는 실증이 아니라 계약이고, 계약의 완성은 착수가 아니라 검수입니다.
주 고객은 중소·중견 제조기업입니다. 화려한 로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분들의 계약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되는지 보려고 발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실제로 필요해서 발주하고, 검수 기준이 계약서에 있고, 검수가 끝나야 정산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 실적은 전부 같은 형식을 가집니다 — 계약, 검수, 청구, 그리고 완료보고서.
한 가지 사례를 들면, 한 제조 고객과 12개월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정부에 제출된 완료보고서로 마감했습니다. 그 보고서 기준으로 시간당 생산량이 306에서 383으로 올라 사업 목표(368)를 넘겼습니다. 저희가 대외에 말하는 성과는 이렇게 발주처 검수를 거쳐 제3자에게 제출된 문서에 실린 값만입니다. 시연 영상이 아니라 검수 서류가 실적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의 결과가 손익입니다. 2024년 0.45억 원이던 매출이 2025년 14.03억 원이 되며 흑자전환했고, 2026년에는 확정계약 48억 원(수주 기준)을 확보했습니다. 이 중 올해 인식될 약 28억 원에 지난해 계약분에서 이월된 매출 17억 원이 더해져, 올해 예상 인식매출은 약 45억 원입니다. 자본을 태워 만든 성장이 아니라, 계약과 검수가 쌓여서 만든 성장입니다.
로고가 무의미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대기업과의 실적이 무의미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희도 기술 검증의 기준점이 되는 현장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런 실증은 계속합니다. 다만 순서가 있다고 믿습니다. 매출과 이익의 구조가 먼저고, 로고는 그 구조 위에 얹히는 결과여야 합니다. 반대 순서 — 로고를 먼저 모으고 손익은 나중에 — 는 앞의 95%라는 숫자가 어디로 가는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대기업 PoC 실적을 가져오라"는 요청에 대한 저희의 답은 이렇습니다. 저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로고 목록이 아니라 검수 완료된 계약의 목록, 그리고 그 계약들이 만든 흑자입니다. 그리고 PoC 실적을 평가하실 때는 이 질문을 함께 던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PoC는 검수와 청구로 이어졌습니까?"
그 질문 하나로, 화려한 실적과 실제 실적이 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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