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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AI 도입 이야기를 꺼내면 자주 돌아오는 답이 있습니다. 「우리는 데이터가 없어서 아직 이르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풀어 보면 대개 데이터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견적서 PDF, 작업일지, 거래처와 주고받은 메일, 회의 녹음, 설비 매뉴얼은 이미 쌓여 있습니다. 없는 것은 칸과 줄이 정해진 표, 즉 정형 데이터입니다.
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드는 웨이스가 사내 업무에 AI를 쓰면서 얻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표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고, 표가 꼭 있어야 하는 일은 따로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 기준과 시작 순서를 다른 회사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게 이 글에 정리했습니다.
「데이터가 없다」는 말은 대개 「표가 없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까지 AI 도입은 표에서 출발했습니다. 불량을 예측하려면 날짜·설비·온도·불량 여부가 한 줄씩 정리된 표가 있어야 했고, 그 표를 만드는 데 도입 예산의 상당 부분이 들어갔습니다. 표가 없는 회사가 「아직 이르다」고 본 것도 그때 기준으로는 맞는 판단이었습니다.
지금은 출발점이 달라졌습니다. 언어 모델은 문서를 문서 그대로 읽습니다. PDF 견적서에서 거래처와 금액을 읽고, 메일 스레드에서 누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찾고, 녹음을 글로 옮긴 뒤 결정 사항만 뽑아냅니다. 표로 바꾸는 단계를 건너뛰고, 원래 모습 그대로의 기록에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회사 안에 이미 있는 비정형 데이터는 대략 이렇습니다.
문서 — 견적서·계약서·작업표준서·검사성적서·보고서 (PDF, 워드, 한글, 파워포인트)
메일 — 거래처 요청, 클레임, 납기 조율, 공고 안내
메신저와 사진 — 현장 사진, 불량 사진, 화이트보드 사진
녹음 — 회의, 고객 통화, 현장 인수인계
모양이 제각각인 엑셀 — 사람마다 칸이 다른 관리 대장
마지막 항목은 겉보기엔 표지만 실제로는 비정형에 가깝습니다. 이름이 같은 칸이 파일마다 다른 뜻으로 쓰이면 기계가 합쳐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문장이면 문서만으로, 결과가 숫자면 표가 있어야 합니다
비정형 데이터만으로 되는 일과 표가 있어야 하는 일은 기준 하나로 가를 수 있습니다. AI가 내놓는 결과가 문장인가, 숫자인가.
일 | 문서만으로 | 이유 |
|---|---|---|
문서 찾기·요약 | 가능 | 읽기로 끝남 |
제안서·메일 초안 | 가능 | 지난 문서가 재료 |
두 문서 대조 | 가능 | 차이를 문장으로 보고 |
회의 녹음 정리 | 가능 | 녹음을 글로 변환 |
월별 집계·추세 | 표 필요 | 같은 칸을 반복 계산 |
불량 예측 | 표 필요 | 시간순 수치 필요 |
설비 제어 | 신호 필요 | 실시간 센서 값 필요 |

위쪽 네 가지는 모두 「읽고, 찾고, 쓰는」 일입니다. 사무실에서 사람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제안서를 찾아 새 고객에 맞게 고치는 일, 거래처 메일에서 약속한 납기를 찾아 일정표와 맞춰 보는 일, 회의가 끝난 뒤 누가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정리하는 일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런 일은 표를 만들지 않아도 오늘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래쪽 세 가지는 다릅니다. 월별 불량률을 내려면 매달 같은 방식으로 센 숫자가 있어야 하고, 예측과 제어에는 시간순으로 쌓인 수치나 설비 신호가 필요합니다. 문서를 아무리 잘 읽어도 기록되지 않은 숫자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일에서는 「데이터가 없다」는 말이 사실이고, 데이터를 모으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시작은 흩어진 파일을 한곳에 모으는 일입니다
문서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준비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파일이 어디 있느냐입니다. 견적서는 영업 담당자 PC에, 작업표준서는 품질팀 공유 폴더에, 약속은 개인 메일함에 흩어져 있으면 AI도 찾지 못합니다. 사람이 못 찾는 파일은 AI도 못 찾습니다.
그래서 첫 단계는 정리가 아니라 모으기입니다. 완벽한 분류 체계를 세우느라 몇 달을 쓰지 말고, 업무 영역별 폴더 몇 개와 파일 이름 규칙 하나만 정합니다.
폴더는 업무 단위로 — 영업·제안, 품질, 생산, 구매처럼 사람이 이미 쓰는 구분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파일 이름은 날짜_상대_문서종류 — 「2026-09-29_거래처명_견적서」처럼 적으면 사람도 AI도 최신본을 바로 찾습니다.
판 번호보다 날짜를 붙입니다 — 「최종」「최종2」「진짜최종」 대신 날짜를 붙이면 어느 것이 마지막인지 이름만 보고 알 수 있습니다.
메일과 녹음도 파일로 남깁니다 — 중요한 메일은 PDF나 메일 파일로, 회의 녹음은 음성 파일로 같은 폴더에 둡니다.
이 정도만 해 두어도 「지난달 A사에 보낸 견적서와 이번 요청서를 비교해 달라」 같은 요청을 바로 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첫 달에 읽고 쓰는 일 3가지부터 AI에게 맡깁니다
폴더를 모았다면 결과가 문장인 일 가운데 매주 반복되는 것부터 맡겨 봅니다. 효과를 확인하기 쉽고, 틀려도 사람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일들입니다.
지난 문서로 새 초안 만들기 — 입력은 고객 요청서와 지난 제안서·견적서입니다. 「이번 요청서와 가장 비슷한 지난 제안서를 찾아서, 요청서에 맞게 바꿔야 할 부분을 표시한 초안을 만들어 줘」 정도로 요청하면 됩니다. 사람은 금액과 납기만 원본과 맞춰 봅니다.
클레임 메일과 관련 문서 대조하기 — 입력은 고객 클레임 메일, 해당 제품의 작업표준서와 검사성적서입니다. 「이 클레임에 나온 불량이 작업표준서의 어느 공정과 관련되는지, 그 날짜의 검사성적서에 이상 기록이 있는지 찾아 줘」라고 요청합니다. 결과는 판단보다 「어느 문서의 몇 번째 항목」이라는 위치 목록으로 받아야 사람이 확인하기 쉽습니다.
회의 녹음에서 할 일 뽑기 — 입력은 회의 녹음 파일입니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만 표로 정리해 줘」라고 요청합니다. 회의록 전체를 요약하게 하기보다 할 일만 뽑게 해야 빠뜨린 항목이 잘 보입니다.
세 가지 모두 AI가 틀려도 밖으로 나가기 전에 사람이 잡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한 달쯤 써 보면 어느 문서를 자주 쓰는지, 어느 폴더가 비어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숫자가 필요한 일로는 그다음에 넘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회사는 표가 필요한 일에만 그 표를 문서에서 뽑아 만듭니다
숫자가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모든 기록을 표로 옮기는 큰 사업부터 벌이는 것입니다. 데이터 창고부터 구축하고 그 위에서 AI를 쓰겠다는 계획은 1년이 지나도 첫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훨씬 가볍습니다. 필요한 질문 하나를 정하고, 그 질문에 필요한 칸만 문서에서 뽑습니다. 예를 들어 「거래처별 견적 금액이 올해 어떻게 바뀌었나」가 질문이라면, 견적서 PDF 전체에서 거래처·날짜·금액 세 칸만 뽑아 표를 만듭니다. 이 추출도 AI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지킬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뽑아 낸 표는 파생본이고, 원본은 문서입니다. 원본 문서를 고쳤는데 표가 그대로면 둘이 어긋납니다. 그래서 표를 만들 때 어느 문서에서 뽑았는지 함께 적어 두고, 주기적으로 원본과 대조합니다. 값이 다르면 문서가 이깁니다. 이렇게 해 두면 표가 늘어나도 기준이 둘로 나뉘지 않습니다.
문서로 시작할 때 미리 정해 둘 3가지가 있습니다
비정형 데이터로 AI를 쓰기 시작하면 표를 쓸 때와는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대부분은 처음에 정해 두면 막을 수 있습니다.
AI에게 보여 줄 범위 — 급여, 개인정보, 인사 평가처럼 아무나 보면 안 되는 문서는 처음부터 다른 폴더로 나눕니다. 표는 칸 단위로 권한을 줄 수 있지만 문서는 통째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신본과 지난 판의 구분 — 같은 견적서의 1차·2차·최종본이 한 폴더에 섞여 있으면 AI가 지난 판의 금액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새 판이 확정되면 지난 판은 별도 폴더로 옮겨 「지금 쓸 것」과 「지난 것」을 위치로 구분합니다.
숫자는 원본과 대조 — AI가 문서에서 읽은 숫자는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원본 문서와 한 번 더 맞춰 봅니다. 문장은 조금 달라도 괜찮지만 금액과 날짜는 한 자리만 틀려도 문제가 됩니다.
도입 전에 확인할 체크리스트
하고 싶은 일의 결과가 문장인가, 숫자인가 — 문장이면 오늘 시작, 숫자면 필요한 표부터
관련 문서가 한 폴더에 모여 있는가 — 개인 PC와 메일함에 흩어져 있지 않은가
파일 이름만 보고 최신본을 고를 수 있는가
AI에게 보여 주면 안 되는 문서가 따로 나뉘어 있는가
숫자가 필요한 질문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가 — 그 질문에 필요한 칸만 뽑을 수 있는가
뽑아 낸 표에 원본 문서가 적혀 있는가

정형 데이터가 없는 회사도 AI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일을 한 번에 할 수는 없습니다. 읽고 찾고 쓰는 일은 지금 있는 문서로 시작하고, 숫자가 필요한 일은 질문 하나에 필요한 표만 만들면 됩니다. 표를 다 갖춘 뒤에 시작하겠다는 계획보다 이 순서로 가야 첫 결과를 훨씬 빨리 볼 수 있습니다. 웨이스도 문서가 모인 업무 폴더에서 출발해 사내 업무를 AI에게 맡겨 왔습니다.
WACE(웨이스)는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멈추지 않게 하는 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드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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