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판단을 맡으면 공장 조직도에서 무엇이 먼저 바뀝니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소프트뱅크 월드에서 한 강연이 9월 1일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다시 읽히고 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AI를 쓰는 기업이 안 쓰는 기업의 일을 빼앗는다는 것입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소프트뱅크 월드에서 한 강연이 9월 1일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다시 읽히고 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AI를 쓰는 기업이 안 쓰는 기업의 일을 빼앗는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제조 현장에 들어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떠오른 것은 경쟁 이야기가 아니라 조직도였습니다. 그 말이 맞다면 어느 시점에는 공장 안의 자리 배치가 지금과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실제로 들어가 보는 공장의 조직도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를 저희가 본 대로 적겠습니다. 먼저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표본이 작습니다. 저희가 안까지 들여다본 회사는 손에 꼽고, 통계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 몇 건에서 내린 판단입니다. 어느 회사 이야기인지는 적지 않겠습니다.

그가 그린 2040년에서 사람은 한 칸으로 옮겨 갑니다
먼저 강연 내용입니다. 저희 해석이 아니라 그가 말한 것입니다.
2040년에 AI 산업이 세계 국내총생산의 약 20%를 차지하고, 100조개의 AI 에이전트와 10억대의 휴머노이드가 24시간 돌아간다는 전망입니다. 휴머노이드 10억대는 24시간 가동을 감안하면 사람 30억명분이고, 속도와 정확도까지 더하면 100억명분의 일을 맡는다고 봤습니다. 일반 직원이 반복하는 업무가 100개 안팎인데 그 자리를 100조개가 채운다는 대비입니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 — 그는 사람이 가장 열정을 느끼는 일에만 전념하는 자리로 옮겨 간다고 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한 경영자의 전망입니다. 그대로 인용할 값은 아닙니다. 다만 방향은 저희가 현장에서 보는 것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저희가 걸린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옮겨 간다는 그 한 칸입니다. 그 칸이 조직도의 어디에 그려지는지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지금 바뀌고 있는 것은 만드는 방식뿐입니다
저희가 구축한 복층강화유리 라인의 실측입니다. 시간당 생산량 47 → 56 EA/h(+18.3%), 완제품 불량률 2.3% → 1.18%(−48.7%). 정부 제출 완료보고서에 들어간 숫자입니다.
좋은 결과입니다. 그런데 같은 라인에서 오늘 무엇을 먼저 걸지, 이 자재를 받을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합니다.
구분 | 바뀐 것 | 안 바뀐 것 |
|---|---|---|
만드는 방식 | 생산량 +18.3% | — |
품질 | 불량률 −48.7% | — |
정하는 방식 | — | 사람 그대로 |
이 표의 오른쪽 아래 칸이 조직도가 안 움직인 이유입니다. 만드는 방식이 바뀌면 설비가 바뀌지 자리가 바뀌지 않습니다. 자리가 바뀌는 것은 정하는 방식이 넘어갈 때입니다.
그리고 정하는 방식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지금 조직도에 없는 자리가 하나 필요해집니다.
조직도에 없는 자리는 기계를 되돌리는 자리입니다
기계가 판단을 내놓기 시작하면 그 판단이 맞는지 보는 일이 생깁니다. 이건 검사가 아닙니다. 검사는 만들어진 물건을 보는 일이고, 이건 아직 만들지 않은 결정을 보는 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입니다. 시스템이 오늘 이 순서로 걸자고 내놓았을 때, 그 순서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되짚고, 현장 사정과 맞지 않으면 되돌리고, 되돌린 이유를 남기는 일입니다. 남기지 않으면 다음에 같은 판단이 또 나옵니다.

이 일에는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현장을 알아야 하고, 기계가 무엇을 보고 그렇게 정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지금 공장 조직도에서 이 둘을 같이 가진 자리를 찾으면 대개 없습니다. 생산관리는 앞을 알고 전산은 뒤를 아는데, 둘 사이가 비어 있습니다.
손정의가 말한 "열정을 느끼는 일"이 저희가 보기에는 이 자리입니다. 낭만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무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사람이 줄어든 뒤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줄어들기 전에 먼저 있어야 합니다. 없는 상태로 판단을 넘기면 되돌릴 사람이 없는 채로 돌아갑니다.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이 자기 일을 없애는 사람입니다
여기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 자리를 맡을 만한 사람은 지금 그 판단을 손으로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 무엇을 먼저 걸지 정해 온 그 사람이 가장 잘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이 전환은 자기가 해 오던 일을 기계에 넘기고 그것을 감독하는 자리로 옮기는 것입니다.
경력을 그 판단으로 쌓아 온 사람에게 이건 승진이 아니라 정체 모를 이동입니다. 결재선에서 무인화 안건이 멈추는 구조는 앞 글에 적었는데, 같은 힘이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안을 이해해도 자기에게 무엇을 뜻하는지가 자리마다 다릅니다.
저희가 본 바로는 이 전환이 실제로 굴러간 곳은 자리 이름을 먼저 만든 곳이었습니다. 순서가 반대인 곳 — 시스템을 먼저 넣고 운영은 나중에 정하자고 한 곳 — 은 시스템이 잘 돌아도 판단이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판단하는 쪽이 여럿이 되면 결재선으로는 안 됩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저희 쪽 경험인데 고객사에서 곧 같은 일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저희는 사내 업무를 처리할 때 AI를 여러 개 동시에 돌립니다. 열 개 남짓입니다. 손정의가 말한 100조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규모인데, 그 규모에서 이미 깨진 것이 있습니다. 각자가 낸 결과를 서로에게 말로 전달하게 두면 결과물이 사라집니다. 한 번은 열한 개 중 네 개가 끝났다는 알림만 보내고 정작 결과를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네 번을 다시 요청해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결과를 회신으로 받지 않고 정해진 자리에 파일로 남기게 했고, 끝났다는 판정도 알림이 아니라 그 파일이 있는지로 합니다. 여러 쪽이 같은 기록에 동시에 쓰다가 줄이 서로 섞이는 일도 있어서, 쓰는 순서를 잠그고 쓴 뒤에 실제로 들어갔는지 확인하게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람 스무 명이 결재선으로 돌아가던 조직에 판단하는 쪽이 스무 개 더 붙으면, 그 스무 개는 결재선으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누가 무엇을 정했고 그것이 어디에 남았는지가 기록으로 없으면, 조직도는 그대로인데 실제로 정하는 주체만 늘어납니다. 미래 조직에서 조직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 기록이라고 봅니다.

덧붙이면 저희는 이 방식이 옳다고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바꾼 뒤 세 번의 작업에서 결과물이 한 번도 안 사라지면 규칙으로 굳히고, 그전에는 시험 중으로 둡니다. 지금 한 번 지났습니다.
회수를 재려면 도입 전 숫자가 있어야 합니다
강연에서 그가 제시한 새 경영 지표도 조직 이야기로 읽힙니다. 자산수익률이 아니라 AI 투자 대비 수익률을 재라는 것이고, 3년 안에 회수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면 전면 투입하라는 기준이었습니다.
기준 자체에는 저희도 동의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재려면 도입 전 숫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들어가 보는 공장에서 이 숫자가 준비되어 있던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없느냐를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렇습니다.
그 공정에 실제로 몇 시간이 들어가는지 — 표준 시간은 문서에 있는데, 그 문서가 몇 년 전 값인 경우가 많습니다
되돌린 횟수 — 잘못 정해서 다시 한 일이 몇 번인지는 대개 아무 데도 안 남습니다
기다린 시간 — 자재를 기다리거나 결재를 기다린 시간은 작업 시간에 안 잡힙니다
셋 다 도입 뒤에 좋아지는 항목인데, 도입 전 값이 없으면 좋아진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면 회수 판정은 숫자가 아니라 인상으로 하게 되고, 인상으로 하면 다음 투자 결재가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구축을 시작하기 전에 이 셋을 두세 주 동안 그냥 세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정교한 계측이 아니라 종이에 적는 수준이면 됩니다. 이건 시스템 이야기가 아니라 조직 이야기입니다. 세는 일을 누가 맡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아무도 세지 않습니다.
저희가 크게 틀렸던 것
반대쪽도 적겠습니다.
저희는 이 전환을 기술 문제로 봤습니다. 그래서 전산 조직이 있는 회사에서는 전산실을 먼저 설득하면 된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술을 아는 사람들이니 설명이 제일 잘 통할 것으로 봤습니다. 가장 오래 걸린 자리가 거기였습니다. 몰라서가 아니라 잘 알아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이 이야기는 따로 적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꺼내는 이유는, 저희가 틀린 지점이 손정의 강연에서 빠져 있는 지점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고경영자가 조직 안에서 계속 AI를 외치며 끌고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본 바로는 외침은 결재선의 두 번째 칸에서 멈춥니다. 위에서 하자고 해도 그 안을 실제로 올려야 하는 자리가 그것을 자기 손해로 셈하면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뀐다고 봅니다
미래 조직 이야기가 나오면 보통 몇 명이 남느냐를 묻습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보기에 먼저 와야 할 질문은 다릅니다.
기계가 내린 판단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 조직도에 있습니까 — 없으면 판단을 넘기는 순간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 자리를 맡을 사람에게 이 전환이 무엇으로 보입니까 — 자기 일을 없애는 일로 보이면 그 사람은 반대합니다
누가 무엇을 정했는지가 사람과 기계를 가리지 않고 한 곳에 남습니까 — 정하는 쪽이 늘어나면 이게 결재선을 대신합니다
그 셋을 시스템보다 먼저 정했습니까 — 순서가 반대인 곳은 시스템이 잘 돌아도 운영이 안 바뀌었습니다
넷 다 기술 질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회사가 답을 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이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봤습니다.

강연에서 저희에게 가장 값있게 읽힌 대목은 따로 있었습니다. 업계 2위나 3위에 있는 회사도 체질을 바꾸면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시기라는 부분입니다. 규모가 작은 쪽에는 이 말이 유리하게 들립니다. 바꿔야 할 조직이 작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적은 자리 하나를 만드는 일도, 도입 전 숫자를 세는 일도, 인원이 적은 공장이 훨씬 빨리 합니다. 큰 조직에서는 그 자리 하나를 신설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립니다.
손정의의 전망이 맞다면 남는 시간은 14년입니다. 그 사이에 설비는 바뀔 것으로 봅니다.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설비가 다 바뀐 뒤에도 정하는 방식이 그대로인 공장이 남는 경우입니다. 그 공장은 AI를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쓰고도 조직이 그대로인 공장이 됩니다.
공장에서 이 전환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되돌리는 자리를 어디에 두기로 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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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구축 현장에서 데이터 표준화·온톨로지·디지털트윈·자율형공장을 다루며, 이 블로그에는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힌 문제와 그때 내린 판단을 씁니다.
contact@wace.me이 문제를 실제 현장에서 풀고 있습니다
(주)웨이스는 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로 데이터 표준화부터 자율형공장까지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MES·PLM·제조AI를 표준이 남는 방식으로 구축한 실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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