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자율형공장은 어떤 기술로 만들어질까 — 인지·판단·실행 5계층

자율형공장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문장은 "AI가 공장을 인지하고 판단해서 실행한다"입니다. 맞는 말인데, 이 문장만으로는 무엇을 사야 하는지도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인지가 카메라를 다는 일인지, 아니면 데이터 형식을 맞추는 일인지부터 갈립니다.

방동걸 프로필 사진
(주)웨이스 대표이사

자율형공장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문장은 "AI가 공장을 인지하고 판단해서 실행한다"입니다. 맞는 말인데, 이 문장만으로는 무엇을 사야 하는지도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인지가 카메라를 다는 일인지, 아니면 데이터 형식을 맞추는 일인지부터 갈립니다. 판단도 대시보드에 경고를 띄우는 수준과 설비를 멈추는 수준이 한 단어에 같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순환을 5개 계층으로 나눠 놓고 일합니다. 아래는 그 계층 지도이고, 각 계층에서 무엇이 이미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구축 중인지도 함께 적었습니다. 진행 중인 과제라 확인된 것과 목표를 섞어 적으면 나중에 우리도 헷갈립니다.

계층

하는 일

순환에서의 위치

L1 수집·엣지

설비 신호 모으기

인지

L2 표준화

이름·형식 맞추기

인지

L3 가상화

공정 다시 계산

판단

L4 AI 판단

무엇을 할지 정하기

판단

L5 제어

설비로 내보내기

실행

L1은 말이 다른 설비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구간입니다

공장 설비는 제조사가 다르면 말하는 방식부터 다릅니다. 오래된 프레스의 제어기는 RS-485나 RS-232로 신호를 내보내고, 비교적 최근 설비는 OPC-UA를 지원하며, 나머지는 그냥 TCP/IP로 던집니다. 자율형공장 1호 현장에서는 이 조건에서 프레스 186대·물류로봇(AMR) 25대·에너지관리설비 6대, 합계 217대를 하나로 동기화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엣지 게이트웨이를 두고 규격을 맞춰 한곳으로 모읍니다. 저장은 한 곳에 몰지 않고 성격에 따라 나눕니다.

  • 시계열 값 — 온도·압력·전류처럼 초 단위로 쏟아지는 값. 시간 기준 조회에 맞춘 저장소로 보냅니다.

  • 문서·설정 — 설비 사양이나 레시피처럼 구조가 제각각인 값을 담습니다.

  • 관계형 값 — 주문·자재·로트처럼 서로 이어져야 하는 값을 둡니다.

  • 원본 적재 — 나중에 다시 학습에 넣을 원시 데이터를 쌓습니다.

전부 한 곳에 넣으면 당장은 편한데, 시계열 조회가 관계형 조인을 밀어내면서 둘 다 느려집니다. 여기서 갈라 두지 않으면 L4에서 대가를 치릅니다.

L2가 가장 오래 걸립니다

연결이 끝나면 데이터는 모입니다. 그런데 모아도 대조가 안 됩니다.

같은 온도를 가리키는 이름이 설비마다 다르고, 값이 담기는 구조도 다릅니다. 어떤 설비는 온도를 숫자 하나로 내보내고, 어떤 설비는 채널마다 나눠 내보냅니다. 표는 커지는데 서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공장 데이터를 몇 년치 쌓아 두고도 판단이 안 나오는 이유가 대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2가지를 맞춥니다.

  • 자산관리셸(AAS) — IEC 63278 국제 표준입니다. 설비·센서·제품이 자기 정보를 어떤 형식으로 내보낼지를 맞춥니다. 설비마다 다른 서식을 하나로 만드는 단계입니다.

  • 제조 온톨로지 — 자체 기술입니다. 자재·공정·설비·품질이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관계로 적습니다. 어떤 로트가 어느 설비의 어느 공정을 거쳤고 그때 품질이 어땠는지가 흩어진 값이 아니라 이어진 관계로 남습니다.

AAS는 형식을 맞추고 온톨로지는 의미를 맞춥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형식만 맞추면 모양은 같은데 뜻이 다른 값들이 나란히 서고, 의미만 정의하면 설비가 그 정의대로 내보내 주지 않습니다.

제각각인 설비 신호가 엣지 게이트웨이를 지나 같은 형식으로 나오고, 그 위에 관계망이 얹힙니다.
제각각인 설비 신호가 엣지 게이트웨이를 지나 같은 형식으로 나오고, 그 위에 관계망이 얹힙니다.

L2에 들이는 시간이 아까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들인 품은 공장 밖에서도 돌아옵니다. AAS에는 설비를 넘겨줄 때 쓰는 표준 서브모델이 따로 있습니다. 유럽이 2027년부터 적용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이나 자동차 업계의 Catena-X 같은 공급망 데이터 요구가 여기에 맞물립니다. 원청이 "이 부품의 공정 이력을 표준 형식으로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때 L2를 세우는 회사와 이미 서 있는 회사의 대응 속도가 갈립니다. 우리가 이 계층을 국제 표준으로 잡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이 계층을 건너뛰고 L4로 바로 가면 대개 무너집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에서 가장 흔한 실패 경로입니다. AI 모델을 먼저 붙이면 시연은 됩니다. 다만 그 모델은 그 설비, 그 기간의 데이터에만 맞춰져 있어서 옆 라인으로 옮기는 순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L3는 판단하기 전에 계산해 보는 자리입니다

여기서부터 판단 쪽입니다. L3는 현장을 가상에서 다시 계산합니다.

  • 시뮬레이션 — 이산사건 시뮬레이션(DES)과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ABS)을 함께 돌립니다. 앞은 공정의 시간·처리량을, 뒤는 로봇이나 작업자처럼 각자 판단하는 대상의 상호작용을 계산합니다. 조건을 바꿔 가며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하는 What-If 검토가 이 위에서 돌아갑니다.

  • 디지털트윈 — 공장 전체를 브라우저에서 보는 3D입니다. Unity 기반이고 설치가 필요 없으며, 실제 상태와 100밀리초 간격으로 맞춥니다.

여기서는 화면이 아니라 얼마나 맞느냐가 중요합니다. 1호 현장에서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실제 라인 데이터와 대조해 정확도 85%를 확인했습니다(스피폭스 실증 기준). 시간·자원·생산량 3가지를 종합한 산식으로 잰 값입니다. 공인 인증은 2027년 예정이라 아직 받지 않았습니다.

이 대조가 서 있어야 다음 계층이 성립합니다. 가상에서 나온 답이 현장에서도 나온다는 근거가 없으면, L4의 판단을 L5로 내보낼 때 아무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실제 라인과 가상 라인을 나란히 놓고 결과를 맞춰 봅니다.
실제 라인과 가상 라인을 나란히 놓고 결과를 맞춰 봅니다.

L4는 무엇을 할지 정하고, 왜 그런지도 남깁니다

판단 계층에서 도는 계산은 하나가 아니라 용도별로 여럿입니다.

용도

방식

답하는 질문

일정 최적화

다목적 최적화

무엇을 먼저 돌릴까

예지보전

시계열 예측·생존분석

언제 고장 날까

품질 원인

인과추론·특성 중요도

왜 불량이 났을까

외관 검사

비전 모델 앙상블

이 제품은 합격인가

일정 최적화는 가동률·리드타임·에너지처럼 서로 밀어내는 목표를 동시에 놓고 후보를 만듭니다. 예지보전은 금형 마모처럼 천천히 쌓이는 변화를 시계열로 예측하고 수명 곡선으로 정비 시점을 잡습니다. 품질 쪽에서는 상관이 아니라 인과를 봅니다. 같이 움직인 변수를 나열하는 일과, 그중 무엇을 바꿔야 결과가 달라지는지 답하는 일은 다릅니다. 현장에 필요한 쪽은 후자입니다.

검사 쪽에서 한 가지 덧붙이면, 1호 현장 소재는 금속이라 표면 난반사가 심합니다. 조명만으로는 잡히지 않아 광흡수 암실과 편광 카메라를 함께 두고, 남은 반사는 학습 모델로 걷어냅니다. 이 구간은 아직 구축 중이며 목표 수치를 실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L5에서 판단은 곧바로 명령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이 실행입니다. 분석에서 멈추면 공장은 그대로입니다. 판단이 설비 제어기까지 나가야 순환이 이어집니다. 1호 현장에서는 AI 판단을 설비 제어기(PLC)에 반영하는 구간까지 실물 설비에서 확인했습니다. 설비별로 나가는 명령은 이렇습니다.

  • 프레스 — 가동·정지, 파라미터 적용, 속도 조절

  • 에너지관리설비 — 소진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자동 공급

  • 물류로봇 — 상황을 보고 경로를 바꾸는 이송, 다중 협업, 충돌 회피

  • 설비 간 연계 — 고장 시 대체 배정, 병목 시 전후 공정 동기화

다만 판단이 곧 명령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안전 조건을 벗어나는 명령은 제어 계층에서 걸러집니다. 판단하는 기술과, 그 판단을 내보내도 되는지 확인하는 기술을 따로 둔 구조이며 관련 기술은 특허 2건으로 등록됐습니다.

판단은 안전 검수를 지나야 설비로 나가고, 조건을 벗어난 명령은 되돌아옵니다.
판단은 안전 검수를 지나야 설비로 나가고, 조건을 벗어난 명령은 되돌아옵니다.

제어권도 한 번에 넘기지 않습니다. AI 판정을 숙련자 판정과 나란히 비교하되 실제 개입은 하지 않는 단계를 먼저 두고, 그다음이 권고안을 사람이 승인하는 단계이며, 자율 제어는 그 뒤입니다. 이 계층에서는 자율화 수준을 앞당겨 말하지 않습니다.

확인된 것과 구축 중인 것을 나눠 적습니다

같은 문서 안에 실증과 목표가 섞여 있으면 읽는 쪽에서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눠 적습니다.

항목

상태

근거

설비 217대 동기화

확인

1호 실증

시뮬레이션 정확도 85%

확인

1호 실증

AI 판단 설비 제어 반영

확인

실물 설비

표준화·트윈 고도화

구축 중

2차년도 과업

자율 스케줄링

구축 중

2차년도 과업

공인 인증

미완료

2027년 예정

자율형공장 1호는 현재 수행 중인 과제입니다. 대상 기업은 표면실장(SMD)형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케이스를 만드는 스피폭스이며 총사업비는 10억 5,700만 원입니다.

계층을 나눠 두면 순서가 보입니다

기술 목록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L2가 서지 않으면 L4의 모델은 그 라인 밖으로 못 나가고, L3의 대조가 없으면 L5로 내보낼 근거가 없습니다. 거꾸로 L4까지 잘 만들어 놓고 L5의 안전 검증을 빼면 현장에서 그 기능을 켜 두지 않습니다. 도입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우리 공장은 어디부터 해야 하나요"인데, 그 답도 여기서 나옵니다. 지금 어느 계층까지 세웠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계층 하나만 올립니다.

한꺼번에 5개를 다 세우려는 계획은 대개 예산이 아니라 검증 방법이 없어 무너집니다. 계층마다 무엇으로 확인할지가 정해져 있으면, 예산이 끊겨도 거기까지는 남습니다.


웨이스는 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듭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율형공장 구축 지원사업 1호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2026년 제조데이터 표준화 참조모델 개발기관 컨소시엄 주관사로 선정됐습니다. 자율형공장·디지털트윈 도입 검토가 필요하시면 wace.me에서 문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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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구축 현장에서 데이터 표준화·온톨로지·디지털트윈·자율형공장을 다루며, 이 블로그에는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힌 문제와 그때 내린 판단을 씁니다.

contact@wace.me

이 문제를 실제 현장에서 풀고 있습니다

(주)웨이스는 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로 데이터 표준화부터 자율형공장까지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공장에 적용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시면 편하게 물어보세요.